다섯번 째 학기가 개강한 요즘, 이번학기에 박사학위 프로포절을 하려고 준비하는 중이다. 두분의 지도교수님 중, 한 분께서 이번학기에 마쳤으면 한다고 이야기도 하셨고 나 역시도 이번에 마치는게 내 스스로의 계획이였다. 그리 늦지도, 그리 빠르지도 않는 타이밍인 것 같다.
두명의 어드바이저와 함께 일하는 점의 좋은 부분은 조언을 구할데가 많다는 것이다. 학문적으로도, 또는 연구자로서의 커리어나 자세 등등에 관한 것들... 주기적으로 정해진 1:1 미팅 시간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필요로 할 때 미팅을 요청하면 보통 1시간 정도의 미팅하는 시간을 가진다. 두 분의 지도교수님 (편하게 지도교수님1 , 2로 지칭해야지) 중 지도교수님1은 학과내에서도 가장 큰 그룹을 운영하시고 연구실 내에 학생 수도 많다. 그래서 항상 바쁘셔서 미팅을 원하면 사전에 스케줄을 잡아서 그 시간에 한다. 지도교수님2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이고 교수로 임용하신지 오래되지 않아서 약간의 연구실이 운영되는 형식(?) 이라고 해야할까 그런게 딱 갖춰져있지는 않다. 그래도 이러한 점 때문인지, 따로 스케줄하지 않고 교수님 오피스 문이 열려있다면 언제든지 가서 짧은 질문이라던지 빠르게 할 수 있다. 만약 내가 좀 어떠한 토픽에 대해서 길게 이야기하고 싶으면 미팅을 하고싶다고 메일을 보내면 언제 가능하다고 답해주시고 그 때 가면 된다.
미팅을 하면서 실험 데이터에 관해서, 어떤 프로젝트나 논문 등의 작업 진행상황에 관해서 주로 질문하거나 디스커션을 한다. 나의 경우에는 보통 하나 또는 두개 정도 질문을 더 준비한다. 직접적으로 내 실험결과나 이런것에 대해서 질문하는 것이 아닌, 연구와 관련된 사소한 질문 같은 것이다. 예를 들자면, 어떻게 하면 figure를 효과적으로 그릴 수 있을 까요? 또는, 논문 작성할 때 어떤식으로 효과적으로 문단들을 구성하고 짜임새 있게 연결 할 수 있을까요? 같은 질문들이다.
프로포절을 앞두고는 어떻게 하면 영어발표를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으로 이러한 질문을 최근에 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유창함이 떨어지기도 하고, 또 나라는 사람 자체가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짜임새있는 스피치구성, 슬라이드 준비, 그리고 연습이다. 이러한 고민과 궁금증을 지난 미팅 때 지도교수님1 께 털어놓았다. 교수님께서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과 일을 많이 해보기도 하셨고, 본인도 독일어를 취미로 공부하는데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말하고 글 쓰고 공부하는 것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해주시는 분이다. 교수님께 다음과 같은 조언들을 얻을 수 있었고, 이러한 조언을 바탕으로 좀 더 나은 발표준비와, 궁극적으로 프로포절, 박사 디펜스까지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첫번째로, 사람들은 니가 말하는 것을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라는 것이였다. 그 말인 즉슨 슬라이드를 효과적으로 준비해야한다는 것이였다. 물론 내가 슬라이드에서 내가 말하고자하는 부분들을 전달하고 설명하는 것이 나의 스피치지만 나의 스피치가 없어도 청중들이 슬라이드만 보고 내가 말하고자하는 내용들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요점이였다. 실제로, 청각장애를 앓는 분들이 청중들 중에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러한 분들도 내 슬라이드만 보고 내가 무슨 내용을 발표하려고 하는지, 무슨 스토리를 말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였다. 슬라이드의 중요성에 대해선 많이 들어왔지만, 이러한 비유적인 설명을 들으니 정말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을 받으면서 어떤식으로 내가 슬라이드를 준비해야할 지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만든 슬라이드를 다시 리뷰하면서 내 스스로가 청각장애인이라고 생각했을 때, 과연 각각의 슬라이드에서 말하고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캐치할 수 있는가? 라는 것을 염두해두고 슬라이드를 준비해야하는 것이다.
두번째로는, speak less and slow이다. 너무 많은 것을 말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천천히 말해야한다는 것이다. 보통 청중들, 분야의 전문가들 앞에서, 그것도 영어로 나의 연구결과, 내용들을 말하려고 하면 긴장이 되고 그러다보니 말을 빨리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나 역시도 그룹미팅에서 발표를 했을 때 교수님께서 말을 좀 천천히 하면 좋을 것 같다는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다. 긴장도 되고, 자신이 없거나, 혹은 까먹을까봐 우다다다다다 빨리 말하게 되면 말하는 나도 내가 무슨말을 하는지 모르고, 듣는 사람들도 정신없이 흘러가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내용을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내용을 내가 충분히 이해하고 연습하는 것 밖에 방도가 없다. 내용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것은 각 슬라이드에 Figure나 그림, 사진 등이 있다면, 그것들이 왜 있는지, 그것들에 대해서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Figure를 넣었는데 그 데이터가 무엇을 말하고 그 안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 모르면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당연한 것이지만 연습이다. 혼자 연습해도 되고, 친구들 앞에서, 가족들 앞에서 연습, 연습만이 살길이다. 하물며 학회에서 셀 수 없이 많은 invited talk를 한 교수님도 어떠한 발표를 해야하면 연습을 하시는데, 대학원생, 그것도 외국인으로서는 남들보다 두 배, 세 배 열심히 해야하는 것이다.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의 중요성은 더 이상 강조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것 같다. 연습이 발표를 할 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원천이 아닐까..
학위논문 심사위원들을 최근에 정했고 지도교수님들께서 모든 심사위원들이 가능한 날짜를 조율하고 계신다. 이미 writing proposal은 완성해 둔 상태라, 발표 슬라이드만 준비해서 연습에 임하면 될 것 같다. 프로포절을 무사히 마치고 나면 또 후기를 적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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